2015년 7월 8일 수요일

유체의 사과문

안녕하세요, 유체입니다. 저는 4월 16일부터 약 세달여간 페페페에서 ‘#페페페(#fefefe)’라는 이름을 만들고, 트위터 계정을 공동 운영하고, 활동에 필요한 그래픽 디자인 전반을 담당해온 페미니스트로서 차유진과 신희주의 문양님을 향한 2차가해 행위를 방치함으로서 동조한 제 개인책임을 질 것입니다. ‘페페페는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체’라는 방향 설정이 곧 구성원들의 모든 공격적인 발언을 무조건적으로 방치하거나, 페페페를 지지하는 트위터리안들의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게 던질 수 있는 2차 가해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님을, 저는 명확히 인식했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을 강력히 저지하지 못했고 트위터에서 발생된 관련 논쟁들을 항상 더디게 파악하고 수동적으로 반응해왔단점을 문양님께 사과드립니다. 7월 6일에 제가 개인계정에서 페페페의 지지자였던 오서님의 글에 대해 했던 비판을, ( https://twitter.com/jh_qua/status/617919288427442176 ) 그와 유사한 선상의 비평적 관점을 저는 문양님께 2차가해를 하던 트위터리안들에 대해서 더 일찍 직접적으로 날을 세워 드러냈어야 합니다. 소란했던 타임라인이 수일간 지속되는 상황이었으므로 더욱 신중하게 지켜졌어야 할 피해자중심주의 원칙에 제가 성실하지 못했다는 점이, 바로 그 점이 데이트 폭력의 피해 당사자인 문양님이 겪는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것에 한명의 페미니스트로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또한 지난 7월 5일에 페페페 @FeFeFe2015 계정의 15개의 타래트윗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 당일 오후에 페페페 내부논의 후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지에 대한 얼개 정도는 있었지만, 그 트윗은 모두 제가 저녁에 직접 작성하고 내용을 멤버들에게 승인받은 후에 계정에 게시한 것입니다. 문양님의 동의 없이 차유진님이 @Iamfeminist2015 계정에서 공개하고자 했던 디엠캡처 이미지에 대해 제 개인이 더 강력히 비판하지 못한 것, 문양님을 향한 2차가해에 대해 페페페가 공동으로 책임져야할 잘못을 언급하는 문장들을 지나치게 협소하고 가볍게 구성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특히 트윗 말미에 페페페가 데이트 폭력의 공론화를 위해서 피해 사실 고발글들의 온라인상 공유 이외에 어떤 구체적 행동을 기획해왔는지에 대한 설명을 마치 홍보글처럼 경솔하게 덧붙인 것은, 아무리 페페페의 전략을 강조하고자한 의도가 있었다 한들 비윤리적인 행동이었습니다. 페페페의 멤버인 차유진님의 2차가해 가담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었고, 유진님의 잘못된 사과와 해명에 대해 문양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지적이 계속되고 있었으며, 트위터에서의 문양님을 향한 2차가해의 위험성이 가중되고있던 시점에서, 그것은 페페페라는 조직의 이기적인 변명과 자기합리화 밖에 되지 않는 큰 잘못이었습니다. 다시한번 사과드리고 반성합니다.    

저는 현재 민우회 여성주의 독서 모임 여백에서 동일한 활동명 유체로 가입되있습니다. 자숙과 반성의 의미로서 이 활동 역시 페페페를 전면 중단함과 동시에 제 트위터 개인계정에서 페미니즘 관련 발언을 일체 멈추고, 페미니즘의 정치와 운동을 제 개인이 어떻게 보다 나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성찰하겠습니다.

사과의 기회를 주신 문양님과 페페페를 질책해주신 분들의 말씀 잊지않고 되새기겠습니다. 더 성숙한 페미니스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