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반인권 인사 황교안의 국무총리 임명에 반대한다>
“드센” 여성 때문에 아내폭력이 발생한다는 황교안의 발언
지난 5월 26일, 국무총리 후보자인 황교안이 과거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차장검사이던 2004년에 기자 간담회에서 부산의 아내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것에 대해 “사실 부산 여자들이 드센 이유도 있다. 반면 남자들은 말싸움이 안 되니까 손이 먼저 올라가는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공론화되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를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한다는 점에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며, “드센” 여성은 폭력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는 성차별을 여실히 보여주는 발언이다. 이러한 피해 여성 책임론은, 아내를 살해한 남편들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판결문에서 되풀이하는 “피해자의 다소 과격한 언사에”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였다는 이유로” “우발적으로” 같은 말들에도 똑같이 드러난다. 상습적으로 아내를 폭행하다가 끝내는 때려죽인 사람에게 '피해자가 화나게 하는 바람에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일이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빈발하고 있다. 살인에 이르지 않은 가정폭력은 애초에 제대로 수사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2004년에 이루어진 폭력피해여성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아내폭력을 경찰에 신고했을 때 43.75%의 경우 경찰은 “집안일이니 잘 해결하라고 하며 돌아갔다.” 아내폭력에 대해 위와 같은 인식을 가진 황교안 이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는 법조계라면, 여성의 인권을 이렇게 하찮게 여기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 국무총리가 된다면
만약 황교안이 총리로 임명된다면 오는 7월부터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그가 국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직을 겸임하게 된다. 여성 문제와 관련된 각종 국가기구는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위해 국가가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해 온 여성운동의 결과로 세워진 것이다. 여성이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서 국가에 호소했을 때 집안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며 외면하고, 남편의 폭행에 대해 오히려 말싸움을 하는 “드센” 여성을 탓하고, 그러다 여성이 맞아 죽어도 가해 남편을 제대로 처벌조차 하지 않는 사회에서 여성이 평등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가? 이러한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를 갖기는커녕 피해 여성 책임론을 공유하는 사람이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이 된다면 위원회는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임무를 다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그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된다면 한국에서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은 동등한 시민일 수 없다. 심지어 '여자는 3일에 한 번은 맞아야 한다'(소위 "삼일한")는 소름끼치는 속담까지 다시 회자될 정도로 어처구니없고 노골적인 여성혐오가 점점 이곳저곳에 침투해가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위해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을 막아내자
문제가 된 성차별적 발언이 나온 자리는 기독교 신자들과의 기자간담회였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황교안은 김대중·노무현 집권을 '환난'이라 표현하고 교회 과세에 반대할 정도로 강경한 보수적 기독교인이다. 한국의 기독교 단체들이 성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공공연히 선동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러한 성향의 인사가 국정을 총괄하게 될 경우에 과연 이를 막을 것인지 아니면 방관하거나 심지어 비호하려 들 것인지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황교안은 자신의 저서에서 직접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먼저 적용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또한, 2013년 국정원의 대선개입·댓글 조작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주의의 훼손에 맞선 저항이 일어났을 때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교안은 ‘법리 검토’를 빌미로 시간을 끌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과 구속영장 청구를 막았다. 결국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었지만, 이미 정권에 대한 저항이 가라앉도록 시간을 끄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2013년 11월 황교안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이래로, 공안통치의 대변자로서 ‘종북세력’을 몰아내고 세우고자 하는 국가보안법의 질서를 옹호하는 인물이다.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고 민주주의가 억압당하는 사회에서는 성차별과 각종 젠더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황교안과 같은 인사를 국무총리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한국을 이런 사회로 더욱 몰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여성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없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인사는 국정 총괄자는커녕 평범한 시민으로서도 결격이다. 황교안의 국무총리 임명에 반대한다.
2015.6.3
반여성혐오 연대체 페페페 / 관악 여성주의 학회 달 /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 / 관악 인문대 학생회 / 보지파티 / 숙명여대 여성학 학술중앙동아리 S.F.A / 여성주의 컬렉티브 언니모자 / 이화여성위원회 / 한국외대 여성주의 학회 주디 / 한양대 반성폭력성차별모임 월담